자기개발

노력이 아니라 공헌 — 열심히 하는데 인정받지 못할 때 확인할 것

Daniel · · 조회 23
노력이 아니라 공헌 — 열심히 하는데 인정받지 못할 때 확인할 것

열심히 하는데 인정을 못 받는 시기가 있습니다. 시간을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은 나인데, 회의에서 이름이 불리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억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저 이만큼 했습니다"라고 말하자니 그게 더 초라해집니다.

저도 그 시기를 꽤 길게 지났습니다. 그때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게 하나 있었어요. 노력하면 언젠가 알아준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새벽 1시에 퇴근하는데도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

제가 상품 기획 업무를 할 때였습니다. 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매일 새벽 1~2시에 퇴근하고 출근은 새벽 6~7시에 했습니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일했는데, 사람들은 제가 열심히 했다고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지금 보면 명확합니다. 저는 꼼꼼하지 않았고, 패션 감각도 별로 없었거든요. 상품 기획이라는 직무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제 강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시간을 넣어도 결과물의 품질이 남들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알아주지 않느냐"고 말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까요. 아마 아무것도 안 바뀌었을 겁니다. 제가 실제로 들었던 말은 이런 쪽이었으니까요. "너 왜 이렇게 프로세스 관리가 안 돼. 스케줄 관리가 안 되잖아."

인정은 어필이 아니라 결과물이 건너갈 때 시작됩니다

그때 제가 해야 했던 건 어필이 아니라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방식으로 이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다행히 하나가 보였습니다. 제가 엑셀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꼼꼼하게 챙기는 게 어려우니, 대신 판매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계기판을 엑셀로 만들었습니다. 주차별로 상품 흐름을 볼 수 있는 화면이었어요.

그랬더니 반응이 왔습니다.

"어, 이거 괜찮네?"

그다음엔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엑셀로 이것도 좀 봐달라고요. 그래서 지난 몇 년치 판매 추이를 분석해서, 지금 팔리는 곡선이 과거 어떤 흐름과 비슷한지, 상품을 얼마나 더 발주해야 하는지, 얼마나 할인하면 매출이 어떻게 되는지 예측해보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선배들이 달려들었어요.

"야, 그거 나도 써 볼래."

냉정하게 보면, 제가 인정받은 건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만든 게 남에게 건너간 것이었습니다.

이건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전혀 아닙니다. 저 도구들도 전부 노력으로 만든 겁니다. 다만 노력은 나에게만 잘 느껴지고, 공헌은 다른 사람에게 잘 느껴집니다. 내 노력이 어떤 기여로 바뀌는지를 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일해도 그 시간은 내 안에서만 쌓입니다.

이건 저에게만 통한 방법이었을까요?

저도 처음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됐더라고요.

군대에서 장교로 있을 때, 대대장님께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는 너무 카리스마가 없어. 애들을 휘어잡는 맛이 없어." 성격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죠. 대신 저는 무인 PX 물품을 관리하는 엑셀을 만들고, 인사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카리스마가 없어도 인정이 쏟아지더군요. 그리고 다른 기회들이 계속 왔습니다.

창업하고 매장을 관리할 때도 같았습니다. 제가 매장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보다는, 매장을 관리하는 도구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세 번 다 같은 구조였습니다. 부족한 걸 채우려고 애쓰는 대신,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구를 만들어 제공한 것. 그리고 그 작은 인정을 통해 다음 기회로 넘어간 것.

이 방향은 저 혼자 생각해낸 것도 아닙니다. 피터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일 잘하는 사람의 첫 번째 특징으로 "나에게 기대되는 결과가 무엇인가"부터 묻는 태도를 꼽았습니다. 일의 양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결과에서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무엇을 만들면 될까요?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남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 하나면 됩니다. 저는 그게 엑셀이었지만, 엑셀이 답인 건 전혀 아닙니다.

아래는 직무별로 이번 주 안에 만들 수 있는 크기의 예시입니다. 자기 자리에 가까운 걸 하나만 고르시면 됩니다.

상황·직무 남이 가져다 쓸 수 있는 결과물
회의가 많은 팀 결론과 담당자, 기한만 남는 한 장짜리 회의록 양식
반복 업무가 많을 때 그 업무를 처음 하는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순서 체크리스트
인수인계·휴가 앞두고 내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볼 한 장 요약(어디에 뭐가 있는지)
영업·고객 응대 자주 나오는 질문 10개와 실제로 통했던 답변 모음
마케팅·콘텐츠 지난 캠페인 성과를 한 화면에서 비교하는 정리표
기획·PM 요청이 들어올 때 받아야 할 항목이 정해진 요청서 양식
개발·데이터 팀원이 매번 물어보는 조회를 눌러 쓰게 만든 쿼리·대시보드
디자인 자주 쓰는 규격·색·문구가 정리된 템플릿 파일
HR·총무 신입이 첫 주에 헤매는 지점만 모은 온보딩 안내 한 장
취업 준비·인턴 팀이 매번 다시 찾는 자료를 한 폴더로 정리하고 목록을 붙인 것

고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팀이 매번 똑같이 헤매는 지점이 어디인지 보고, 그 헤맴을 없애는 물건을 만드는 겁니다. 대단해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두 번째 사람이 쓰는 순간 그건 이미 공헌입니다.

도구를 만들기 어려운 일이라면 어떻게 하나요?

이 방법이 모든 자리에 그대로 맞지는 않습니다. 만들 것 자체가 잘 안 보이는 일도 있습니다. 정해진 절차를 정확히 수행하는 게 전부인 업무거나, 아직 일을 배우는 중이라 무엇이 반복되는지조차 안 보이는 시기가 그렇습니다.

그럴 때 확인할 건 두 가지입니다.

  1. 아직 안 보이는 것인지, 정말 없는 것인지. 보통은 2~3주만 지나면 "또 이거 물어보네" 싶은 지점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 질문이 곧 만들 거리입니다.
  2. 내 자리가 아니라 옆자리에서 헤매고 있는지. 내 업무는 매끄러운데 옆 팀이 매번 같은 걸 물어온다면, 그 답을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이 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도구를 만들었다고 바로 인정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첫 계기판을 만들고 나서 한동안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거 괜찮네"라는 말이 나온 건 몇 번 고쳐서 쓸 만해진 뒤였어요. 한 번 만들어보고 반응이 없다고 접으면 거기서 끝납니다.

말주변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인정받는 방법을 찾다 보면 결국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결론에 닿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말주변이 없어도 됩니다. 만든 건 말없이도 퍼지거든요. 제가 카리스마 없다는 말을 듣고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성격을 고쳐서가 아니라 남이 쓸 수 있는 걸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 하나만 정해보세요. 남이 가져다 쓸 수 있는 것 하나. 회의록 양식이든, 체크리스트 한 장이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두 번째 사람 손에 들어가는 순간, 노력은 공헌으로 바뀝니다.

이 글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다섯 가지 중 첫 번째입니다. 공헌할 목표가 정해졌다면, 다음은 그 하나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차례입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결과가 잘 나오는 사람인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커리어 방향, 전문가와 함께 설계하세요

강점 기반 진로 탐색과 커리어 전략을 CareerTech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하세요.

관련 글

내 성과를 인정받는 커뮤니케이션 — 일의 앞과 뒤, 두 번 말합니다
자기개발

내 성과를 인정받는 커뮤니케이션 — 일의 앞과 뒤, 두 번 말합니다

성과를 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어떤 사람은 말만 하는데 인정받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그때 드는 감정은 억울함보다 허탈함에 가깝습니다. 열심히 한 사람이 손해 보는 구조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오래 지켜보면, 이 상황에는 답답한 사람이 두 종류 있습니다. 말만 하는 사람과 말을 안 하는 사람 하나는 흔히 말하는 정치적인 사람들입니다. 성과는 안 ...

Daniel ·
20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덩어리로 걸어본 적이 없는 겁니다
자기개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덩어리로 걸어본 적이 없는 겁니다

다이어리를 빽빽하게 채우는 건 시간 관리가 아니라 색칠공부일 수 있습니다. 칸을 다 채우면 뿌듯합니다. 하루를 알차게 산 것 같고, 적어도 게으르지는 않았다는 증거가 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서도 "그래서 뭐가 남았지?"라는 질문에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획적으로 사는 것과 시간을 잘 쓰는 건 같은 말이 아닙니다 시간을 아무리...

Daniel ·
20
잘하는 걸 아는 사람은 많은데, 의도적으로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
자기개발

잘하는 걸 아는 사람은 많은데, 의도적으로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의 캘린더를 열어보면, 다른 사람들과 딱 하나가 다릅니다. 무엇을 먼저 적었는가입니다. 대부분은 남이 요청한 일정부터 채웁니다. 회의, 요청받은 마감, 누가 부탁한 확인. 그렇게 채우고 남는 자리에 내 일을 넣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꾸준히 내는 사람들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이번 주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적어둡니다. 잘하는 걸 ...

Daniel ·
17
집중은 더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것입니다 — 우선순위를 정하는 실제 기준
자기개발

집중은 더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것입니다 — 우선순위를 정하는 실제 기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다 잘하려고 애쓰는 쪽은 오히려 늘 바쁜 사람들이고, 결과를 내는 사람들은 어딘가를 확실히 비워두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20대와 30대를 둘 다 잡으려는 순간, 둘 다에게 아무 가치도 주지 못한다고요. 저는 이 말이 우리 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

Daniel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