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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북산은 어떻게 산왕공고를 이길 수 있었을까?

Daniel · · 조회 21
 [슬램덩크] 북산은 어떻게 산왕공고를 이길 수 있었을까?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는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이기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팀을 맡아본 사람이 이 경기를 다시 보면 좀 이상한 대목이 있습니다. 포지션을 하나씩 놓고 비교하면 산왕공고가 거의 모든 자리에서 위인데도 졌습니다.

만화니까 그렇다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력서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사람들을 모아놨는데 팀이 겉돌고, 반대로 한 명씩 보면 평범한데 이상하게 결과가 나오는 팀도 있습니다. 흔히 팀 시너지라고 부르는 게 이 차이인데, 정작 그게 어디서 오는지는 잘 안 보입니다.

뛰어난 사람만 모은 팀은 왜 하위권에 그쳤을까요

영국의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이 헨리 경영대학(Administrative Staff College at Henley)에서 이걸 실제로 실험했습니다. 지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참가자들만 골라 한 팀으로 묶고 경영 시뮬레이션 대회에 내보냈습니다. 벨빈은 이 팀이 당연히 우승할 거라고 봤습니다.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이 팀은 여덟 팀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고,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그랬습니다. 벨빈은 여기에 아폴로 신드롬(Apollo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이 팀은 논쟁이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다들 자기 판단이 옳다는 걸 보여주는 데 힘을 썼고, 그러다 보니 서로 손발을 맞출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벨빈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팀의 성과를 가른 건 구성원의 머리가 아니라 역할의 균형이었습니다.

그럼 무엇의 균형일까요

균형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우리 팀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말할 수 있어야 쓸모가 생깁니다. 그러려면 자리마다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9WAY는 팀에서 일이 굴러가는 방식을 세 영역으로 나눕니다. 생각하는 영역, 관계를 맺는 영역, 행동하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각 영역이 다시 셋으로 갈라져 아홉 개 자리가 나옵니다.

영역 자리 이 사람이 회의에서 하는 말
생각 발상형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면요?"
생각 탐색형 "관련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생각 평가형 "숫자로 보면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관계 연결형 "제가 아는 분께 한번 부탁드려볼게요."
관계 조율형 "양쪽 얘기를 합치면 이런 안은 어떨까요?"
관계 촉진형 "힘들어 보이는데 제가 뭘 도울까요?"
행동 추진형 "일단 시작합시다. 하면서 고치면 돼요."
행동 실행형 "하기로 한 건 계속 해내겠습니다."
행동 완결형 "내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 점검하겠습니다."

북산고 여섯 명은 어느 자리에 있었을까요

아홉 자리를 들고 북산고를 다시 보면 팀이 왜 그렇게 굴러갔는지가 보입니다. 물론 만화를 보고 짐작한 것이라 진단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기 팀에 옮겨 볼 재료로는 충분합니다.

강백호

강백호는 추진형이면서 연결형입니다. 앞뒤를 재지 않고 일단 해보고, 잘 안 되면 하면서 고칩니다. 농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 빠르게 느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리고 강백호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갑니다. 처음 만난 가게 주인에게 능글맞게 값을 깎아 농구화를 얻어내고, 나중에는 다 닳은 신발을 아무렇지 않게 바꿔달라고 합니다. 밖에 있는 자원을 끌어오는 이 능력이 연결형입니다.

송태섭

송태섭은 조율형이면서 촉진형입니다. 문제아로 들어온 강백호와도 어울리고 무뚝뚝한 서태웅에게도 먼저 말을 겁니다. 그런데 송태섭의 진짜 힘은 팀원 각자가 지금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꿰뚫어 본다는 데 있습니다. 포인트 가드로 경기를 읽고 배분하는 것도 같은 능력입니다. 거기에 정대만이 3점을 넣었을 때 가장 먼저 환호하고 강백호와 서태웅이 합을 맞췄을 때 먼저 다가가 안아줍니다. 팀의 사기를 올리는 이 역할이 촉진형입니다.

서태웅

서태웅은 추진형이면서 평가형입니다. 고민보다 몸이 먼저 나가고 승부에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동시에 서태웅은 늘 냉정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판단하고, 자기가 잘하기 위해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고릅니다. 체력의 한계를 계산해 전반을 버리고 후반에 몰아 쓰는 선택도 상황을 숫자로 보는 눈에서 나옵니다.

정대만

정대만은 완결형이면서 촉진형입니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는 말 그대로 하기로 한 것은 끝까지 해냅니다. 체력이 바닥나 정말 그만두고 싶은 순간까지 기준을 낮추지 않고 결과의 질을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그 태도가 옆 사람에게 옮아갑니다. 한 사람이 기준을 지키면 팀 전체의 기준이 올라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채치수

채치수는 실행형이면서 완결형입니다. 겉보기와 달리 채치수는 훈련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팀원마다 무엇이 필요한지 따져 계획을 세우고, 화려한 플레이보다 기본을 반복시킵니다.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쪽이 경기를 지배한다고 강백호에게 일러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눈에 안 띄지만 이 자리가 없으면 팀은 반복해야 하는 일에서 먼저 무너집니다.

권준호

권준호는 탐색형이면서 촉진형입니다. 안경 선배는 생각이 많습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이유가 분명하고, 팀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자 오래 굴려봅니다. 그러면서 강백호가 처음 중거리 슛을 넣었을 때 자만하지 말라는 말 대신 성장을 짚어 칭찬합니다. 눈에 잘 안 보이는 이 두 가지가 팀을 계속 나아가게 합니다.

북산고-팀강점매트릭스.png

산왕공고는 무엇이 비어 있었을까요

산왕공고

산왕공고는 방심하는 팀이 아닙니다. 전력이 앞서는데도 상대를 분석하고, 완벽한 결과를 만들려 하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아홉 자리로 옮기면 평가형과 완결형, 그리고 반복 훈련을 지키는 실행형이 아주 강한 팀입니다.

산왕공고-팀강점매트릭스.png

문제는 나머지입니다. 밖에서 자원을 끌어오는 연결형, 갈등을 정리하는 조율형, 사기를 붙드는 촉진형이 보이지 않습니다. 관계 영역 세 자리가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두 그림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산왕공고는 앞서가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계산하고 실행하고 마무리하는 팀이니까요. 그런데 예상 밖의 상황이 오고 흐름이 넘어가는 순간, 서로를 붙들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북산고는 그 순간에 강한 팀이었습니다.

우리 팀에서 비어 있는 자리는 어디일까요

빈 자리는 평소에 안 보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다가, 꼭 급할 때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자리별 증상을 알아두면 거꾸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에 팀원 이름을 적어보세요. 이름이 안 채워지는 줄이 지금 우리 팀의 산왕공고 지점입니다.

자리 이 자리가 비면 나타나는 증상 우리 팀
발상형 늘 하던 방식만 반복하고, 새 안건이 나와도 경쟁사를 따라가는 선에서 끝납니다
탐색형 근거 없이 감으로 정하고, 남들 다 아는 정보를 우리만 뒤늦게 압니다
평가형 계획이 낙관적으로만 잡히고, 위험은 일이 터진 다음에 발견합니다
연결형 팀 안에서만 해결하려다 시간을 쓰고, 밖에 있는 도움을 못 끌어옵니다
조율형 논쟁이 길어지고 같은 얘기가 반복되며, 회의가 결론 없이 끝납니다
촉진형 지쳐 있는 사람을 아무도 못 알아채고, 조용히 그만두겠다는 말이 갑자기 나옵니다
추진형 검토는 계속되는데 시작이 안 되고, 안건이 다음 회의로 계속 넘어갑니다
실행형 시작한 일이 흐지부지되고, 반복해야 하는 업무가 먼저 무너집니다
완결형 막판에 사고가 나고, 고객이 먼저 오류를 발견합니다

증상이 두세 개 겹쳐서 떠오른다면 그건 사람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 자리를 맡은 사람이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사람을 새로 뽑지 않고 메울 수 있을까요

여기서 대부분의 팀장이 막힙니다. 빈 자리를 찾아도 채용은 내 권한이 아니고, 뽑는다 해도 몇 달이 걸립니다.

그런데 벨빈이 말한 균형은 사람 숫자가 아니라 역할입니다. 그 자리에서 나와야 할 말이 회의에서 실제로 나오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늘리지 않고도 자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 사람 대신 넣을 장치
평가형 회의마다 반대 의견을 낼 사람을 미리 정해서 돌립니다. 역할이니까 관계가 상하지 않습니다
추진형 안건을 닫을 때 "누가 언제까지"를 그 자리에서 못 박고 회의록 첫 줄에 올립니다
조율형 논쟁이 10분을 넘기면 한 사람이 양쪽 주장을 요약해 다시 읽어줍니다
탐색형 결정 전에 "밖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한 사람이 30분만 찾아 옵니다
촉진형 주간 1on1에서 진행 상황 말고 컨디션을 먼저 묻습니다
완결형 내보내기 전 점검 목록을 만들어두고 담당을 매번 바꿔 맡깁니다

안 감독

북산고도 아홉 자리를 선수들만으로 다 채우지는 못했습니다. 새로운 작전을 꺼내는 자리는 안 감독이 맡았습니다.

안 감독

안 감독은 이 팀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채치수와 권준호가 다져놓은 기초 위에 강백호의 리바운드와 끈기, 송태섭의 스피드와 감성, 정대만의 지성과 3점슛, 서태웅의 폭발력과 승리를 향한 의지가 얹혀 있다고요.

안 감독

한 사람씩 떼어놓고 보면 산왕공고 선수를 이길 수 없는 조합입니다. 그런데 자리가 겹치지 않게 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팀 밖에서 채워도 되고 한 사람이 두 자리를 겸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그 말이 나오느냐입니다.

아홉 자리를 다 채워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여섯 명짜리 팀이 아홉 자리를 나눠 갖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실제로도 한 사람이 두세 자리를 씁니다. 북산고도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팀이 하는 일에 따라 필요한 자리가 다릅니다. 새로 만드는 단계에서는 발상형과 추진형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굴려야 하는 단계에서는 실행형과 완결형이 빠지면 바로 사고가 납니다. 그러니 아홉 자리를 다 채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일에 꼭 필요한 자리부터 비었는지 보는 게 먼저입니다.

산왕공고도 대부분의 경기는 이겼습니다. 편중된 팀이 늘 지는 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왔을 때만 무너집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이렇게 잡는 게 정확합니다. 평소에 잘 굴러가는지가 아니라, 일이 어긋났을 때 우리 팀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는 겁니다.

팀이 약한 게 아니라 자리가 비어 있는 겁니다

성과가 안 나는 팀을 보면 사람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누가 부족한지, 누가 안 맞는지 찾게 되죠. 그런데 벨빈의 실험이 보여준 건 정반대였습니다.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도 자리가 겹치면 팀은 하위권으로 갑니다.

그러니 팀원을 평가하기 전에 자리부터 그려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팀에서 어떤 말이 자주 나오고 어떤 말이 한 번도 안 나오는지, 그것만 적어봐도 다음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가 꽤 또렷해집니다.

팀원들이 각자 어느 자리에 강한지 궁금하다면 9WAY 강점 진단으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본문 이미지 출처: 만화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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