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평가에서 처음 듣는 지적이 나왔다면 — 평가는 있었는데 관리가 없었던 겁니다
연말 평가 면담에서 "상반기부터 주도성이 부족했다"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1년 내내 팀장에게 들은 말은 "수고했다"가 전부였습니다. 매주 회의에서는 수고했다고만 하다가, 연말에 기대 이하 등급을 통보한 겁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11개월 동안 숨겨둔 판결을 한꺼번에 받은 셈입니다. 그때부터는 대화가 아니라 다툼이 됩니다. 누가 더 정확히 기억하는지, 이 등급이 공정한지를 놓고요.
그리고 이 장면은 연말마다 꽤 많은 조직에서 반복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평가와 관리는 분명히 다른 일인데, 현장에서 이 둘이 자주 섞이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지나간 일을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등급을 매기고 보상을 정하는 일이죠. 성격상 끝난 일을 다룹니다.
관리는 앞으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오게 만드는 일입니다. 목표를 같이 정하고, 중간에 부족한 걸 말해주고, 막힌 걸 치워주는 것이요. 이건 진행 중인 일을 다룹니다.
| 평가 | 관리 | |
|---|---|---|
| 다루는 시점 | 이미 지나간 일 | 지금 하고 있는 일 |
| 목적 | 등급·보상을 정한다 | 다음 결과를 만든다 |
| 빈도 | 반기·연말 | 상시 |
| 없으면 생기는 일 | 보상 기준이 흐려진다 | 연말에 처음 듣는 얘기가 생긴다 |
조직에 평가만 있고 관리가 없으면 연말에 처음 듣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관리가 없는 팀에서는 평가가 판결이 됩니다. 1년 치를 하루에 통보받는 거니까요.
팀장이 나빠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팀장을 성토하는 쪽으로 가면 문제가 안 풀립니다. 관리를 안 한 팀장 중에도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리더 교육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팀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일 어려운 게 평가 피드백입니다. 제가 준 점수가 아니거든요. 제가 쓴 점수를 위에서 다 바꿔 놓는데, 피드백은 저더러 하라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팀장도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본인이 정하지 않은 결과를 본인 입으로 말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자꾸 뭉뚱그리게 되고, 뭉뚱그린 말은 받는 쪽에서 더 억울해집니다.
그래서 이건 어느 한 사람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팀에 관리가 돌아가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관리가 돌아가는지는 팀장이 아니라 여러분이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관리를 받고 있는지 바로 확인하는 질문
지금 스스로 물어보실 게 하나 있습니다.
"이번 달에 나한테 제일 중요한 결과가 뭐지?"
이게 바로 나오면 지금 관리를 받고 있는 겁니다. 뭘 하면 잘한 게 되는지 알고 일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바로 안 나오면 평가만 받고 있는 겁니다. 열심히는 하는데 무엇이 결과로 세어지는지 모르는 상태요. 이러면 연말에 또 놀랄 일이 생깁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바쁜 일"이 떠오르는 것과 "중요한 결과"가 떠오르는 건 다릅니다. 회의 준비, 자료 정리, 요청 처리가 먼저 떠올랐다면 그건 할 일 목록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결과는 "이게 되면 끝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안 나왔다면 팀장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답이 바로 안 나왔을 때 할 일은 혼자 추측하는 게 아니라 묻는 겁니다.
"이번 달에 제가 할 일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할까요?"
연말의 판결을 지금의 대화로 바꾸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팀장에게도 편합니다. 평가 얘기가 아니라 업무 얘기니까요.
상황에 따라 이렇게 바꿔 쓰셔도 됩니다.
| 이런 자리에서 | 이렇게 |
|---|---|
| 월 초·주 초 | "이번 달에 제가 챙길 것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할까요?" |
| 일을 새로 받을 때 | "이게 어떤 상태가 되면 다 된 걸로 보시면 될까요?" |
| 중간 보고 자리에서 | "지금 방향이 맞는지, 고칠 게 있으면 지금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 분기가 끝날 때 | "지난 분기에 제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게 하나 있다면 뭘까요?" |
| 평가 면담에서 | "다음 반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면 이 평가가 달라질까요?" |
| 새 팀에 갔을 때 | "이 팀에서 잘한다는 게 보통 어떤 모습인가요?" |
여기서 중요한 건 분기마다가 아니라 달마다 하는 겁니다. 분기로 잡으면 이미 늦은 게 세 달치 쌓입니다.
이미 낮은 등급을 받으셨다면
지나간 등급을 뒤집는 건 대개 안 됩니다. 그 자리에서 다투면 감정만 남고요.
대신 그 면담에서 하나만 챙기시면 됩니다. 다음 반기의 기준입니다.
"다음 반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면 이 평가가 달라질까요?"
이 질문이 좋은 건 팀장을 방어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 판단을 따지는 게 아니라 앞으로를 정하자는 말이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나온 답은 적어두셨다가 다음 달부터 그대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 순간부터 관리가 시작되는 겁니다.
답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돼" 같은 말이요. 그때는 반대로 여러분이 제안하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이번 분기엔 이걸 결과로 잡겠습니다"라고요. 기준이 문서로 남는 게 중요하지, 누가 정했는지는 덜 중요합니다.
그래도 내 잘못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관리가 없었다는 게 내가 다 잘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구분은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연말에 들은 그 지적을 중간에 알았다면 고칠 수 있었을까요. 고칠 수 있었던 것이면 그건 알려주지 않은 쪽 문제가 큽니다. 알았어도 그때는 못 고쳤을 것이면 그건 내가 실제로 붙들어야 할 과제고요.
전자는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보고 시점, 문서 형식, 회의에서의 태도, 진행 상황 공유처럼 말해주면 다음 주부터 바뀌는 것들이요. 이런 게 연말에 처음 나왔다면 그건 1년을 낭비한 겁니다. 한 사람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요.
그 등급은 여러분의 1년을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연말에 뒤통수를 맞으셨다면, 그 등급은 여러분의 1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팀에 관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겁니다.
9WAY가 조직에서 몰입을 볼 때 확인하는 것 중에 성취가 있습니다. 바쁨이나 처리량이 아니라, 기대한 상태와 실제 달라진 상태를 비교해 진전의 증거를 확인하는 경험이요. 목표와 완료 기준이 계속 바뀌고 결과 피드백이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취가 안 쌓입니다. 끝났다는 기준이 정의돼 있지 않은 팀에서 사람들이 지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러니까 연말을 기다리지 마시고 이번 달부터 물어보세요. 이번 달에 나한테 제일 중요한 결과가 뭔지요. 바로 안 나오면 그때 팀장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피드백이 다음 기준이 되게 하는 것이 원래 관리가 하는 일입니다.
사람마다 어떤 피드백에서 힘을 얻고 어떤 피드백에서 무너지는지가 다릅니다. 내가 어느 쪽인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커리어 방향, 전문가와 함께 설계하세요
강점 기반 진로 탐색과 커리어 전략을 CareerTech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글
도와줬는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됐다면 — 고마움이 아니라 빚이 쌓인 겁니다
회사 로비에서 자기 뒷담화를 들어버리면 무슨 생각이 먼저 들까요. 이 글을 쓴 분은 "내가 뭘 잘못했나"부터 생각했다고 합니다. 상대는 같이 입사한 동기였습니다. 서로 의지하던 사이였고, 그 친구 일이 좀 느려서 자주 도와줬다고 해요. 친구가 "혼자 다 했다"고 말할 때도 그러려니 넘어갔고요. 안 좋은 소리 듣는 게 싫어서요. 그런데 로비 소파에서, 그 친...
몇 주 전 실수가 아직도 떠오른다면 — 지금 보고 있는 건 실물 크기가 아닙니다
미생 클립에 달린 댓글 하나에 천사백 명 넘게 공감이 눌렸습니다. "진짜 일하면서 느낀 건데 수십 번 잘하거나 무사히 넘긴 건 아무 일 없고 분위기도 평상시랑 같다가, 한 번 실수하면 분위기 씹창나 있고 숨쉬기도 힘듦" 이 댓글이 회사 분위기 이야기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머릿속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거든요. 무사히 넘어간 날은 그냥 지나갑니다. ...
회사 일이 이제 별로 안 걸린다면 — 편해진 게 아니라 안 들리게 된 겁니다
상사 때문에 힘들다는 영상에 이런 댓글이 제일 위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천백 명 넘게 공감을 눌렀고요. "사회생활 12년, 혼내지도 않고 혼나지도 않습니다. 데여도 보고 상처도 받아보고… 이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모니터만 보다 집에 갑니다. 직장에서 감정 소모하지 않습니다." 이 댓글을 두고 냉소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데였다고 하셨잖아요....
매일 야근하는데 일이 안 줄어든다면 — 낮 여덟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부터
회사에 이런 동료가 있다고 합니다. 6시 땡 하면 그냥 나가고, 회식도 1차만 하고 빠지고, 야근은 한 달에 두세 번. 그런데 인사평가도 큰 프로젝트도 전부 그 사람이 챙겨간다고요. 이 이야기를 올린 분은 정반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눈치 보고, 회식 끝까지 남고, 주는 대로 술도 다 마시고, 매일 아등바등 야근하고요. 그래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일? 솔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