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같은 지각인데 A는 걱정되고 B는 근태 문제로 보였다면

Daniel · · 조회 151
같은 지각인데 A는 걱정되고 B는 근태 문제로 보였다면

"A가 지각하면 '무슨 일 있나' 걱정이 되는데, B가 지각하면 '근태 관리를 좀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어느 팀장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6만 명 가까이 읽었고 공감이 800개 가까이 달렸습니다. 두 사람은 일하는 실력도, 심지어 고과도 비슷했다고 합니다. 다른 건 딱 하나. 팀장이 누구를 편하게 느끼는가였습니다.

질문할 때도 갈렸다고 해요. A가 물으면 "꼼꼼하네" 싶고, B가 물으면 "왜 저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싶었다고요.

글쓴이가 남긴 문장이 이 글의 전부입니다.

"공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를 찾고 불편한 사람의 행동에는 문제를 찾고 있었다는 것을요."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맞을까요

우리는 보통 이 순서를 믿습니다. 행동을 관찰한다 → 판단한다. 공정함이란 그 관찰을 정확히 하는 일이라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순서가 자주 뒤집힙니다. 이미 내려둔 판단이 있고, 그 판단대로 행동을 읽습니다. 지각이라는 사실 자체는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그 빈칸을 채우는 건 관찰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이미 가진 인상입니다.

이건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사람 인지의 기본 작동 방식에 가깝습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는 1920년에 군 장교들이 부하를 평가한 자료를 분석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체격이나 태도 같은 한 항목의 평가가 지능·리더십처럼 전혀 다른 항목의 평가와 지나치게 붙어 움직였습니다. 항목마다 따로 보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전체 인상 하나가 모든 칸에 스며들고 있었던 겁니다. 흔히 후광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100년 전 군대에서 발견된 이 현상이 지금 우리 팀 회의실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다만 우리는 자기 평가표를 분석해볼 기회가 없을 뿐입니다.

같은 행동이 이렇게 갈립니다

말로만 들으면 "나는 저 정도는 아닌데" 싶습니다. 그런데 아래 표를 보면 대부분 한두 줄에서 멈추게 됩니다.

같은 행동 편한 사람이 하면 불편한 사람이 하면
지각한다 무슨 일 있나 근태 관리가 안 되네
질문이 많다 꼼꼼하다 트집을 잡는다
말이 없다 신중하다 의욕이 없다
반대 의견을 낸다 소신이 있다 협조를 안 한다
답장이 빠르다 성실하다 생각 없이 던진다
답장이 늦다 바쁜가 보다 나를 무시하나
성과가 좋았다 실력이다 운이 좋았다
실수를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자리를 자주 비운다 뛰어다니는구나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바쁜 시기에 휴가를 쓴다 쉴 때 됐지 하필 지금?

오른쪽 칸을 읽으면서 특정 얼굴이 떠올랐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나는 공정하다"는 확신이 왜 위험한가요

편향은 자신을 편향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잘 안 생깁니다. 의심이 있으면 한 번 더 확인하니까요.

문제는 "나는 사람을 공정하게 본다"는 확신입니다. 그 확신이 있으면 검토 절차가 통째로 생략됩니다. 이미 공정한데 뭘 확인하겠어요. 그래서 편향은 늘 그 확신 뒤에 숨습니다.

그 팀장이 훌륭한 건 편애를 안 해서가 아닙니다. 그걸 알아차렸다는 것입니다. 그 글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도 이거였습니다.

"이걸 깨닫고 계신 것부터가 좋은 팀장님이신 것 같아요."

거슬릴 때 물을 질문 하나

누군가의 행동이 거슬릴 때, 그 자리에서 3초면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했어도, 나는 지금처럼 읽었을까?"

주어만 바꿔보는 겁니다. 답이 "그래도 문제다"면 그건 진짜 문제니 다루면 됩니다. 답이 "아마 넘어갔을 것 같다"면, 지금 다루고 있는 건 그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내 감정입니다.

이 질문이 좋은 건 판단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판단은 하되, 근거가 행동인지 관계인지만 한 번 확인하는 절차니까요.

이미 굳어버린 해석은 어떻게 되돌리나요

특정 사람에 대한 인상이 이미 굳었다면 질문 하나로는 잘 안 풀립니다. 그럴 때 쓰는 세 단계입니다.

  1. 문장을 붙잡습니다. 그 사람 이야기가 나올 때 내 머릿속에 자동으로 뜨는 문장을 그대로 적어보세요. "쟤는 늘 발을 뺀다" 같은 문장이요. 붙잡지 않으면 검토가 안 됩니다.
  2. 사실만 남깁니다. 그 문장에서 판단어를 빼고 실제로 일어난 일만 남겨보세요. "늘 발을 뺀다" → "지난달 회의 두 번에서 담당자를 정할 때 말이 없었다." 대개 '늘'과 '항상'은 두세 번짜리입니다.
  3. 다른 설명을 하나만 만들어봅니다. 그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성격 말고 다른 이유 하나요. 업무량이 이미 꽉 찼거나, 그 안건에서 자기 권한이 없다고 느꼈거나. 맞다고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한 설명이 하나 더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인상이 사실로 굳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세 단계를 거친 뒤에도 판단이 그대로면, 이제 그건 근거가 있는 판단입니다. 그때는 편하게 다루셔도 됩니다.

그럼 모든 판단을 의심해야 하나요

그건 불가능하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인상은 원래 필요해서 생깁니다. 매번 백지에서 판단하면 일이 안 돌아갑니다. 이 사람에게는 마감을 미리 알려야 한다, 저 사람은 맡기면 알아서 한다 — 이런 축적이 곧 팀을 굴리는 실력입니다. 그러니 "판단하지 마세요"는 현실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평가는 결국 실력이 가른다"는 반론도 상당 부분 맞습니다. 성과 차이가 크면 호불호가 결과를 뒤집지는 못합니다.

다만 실제로 갈리는 대부분의 상황은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을 때입니다. 앞의 글에 나온 A와 B처럼 고과가 비슷한 두 사람 사이에서, 애매한 행동 하나를 어떻게 읽느냐가 다음 기회의 배분을 바꿉니다. 그래서 확인이 필요한 지점도 전부가 아닙니다. 판단이 갈릴 만큼 애매한 행동 앞에서만 하면 됩니다.

정리하면

다음에 누군가의 행동이 거슬릴 때, 내 머릿속에 먼저 뜨는 문장을 한번 지켜보세요.

그 문장은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나와 그 사람 사이를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서 주어만 한번 바꿔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잃지 않고 평가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 질문 앞에서 부끄러운 순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향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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