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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빌런 도감을 만들던 사람이 자기 항목을 발견한 순간

Daniel · · 조회 104
사무실 빌런 도감을 만들던 사람이 자기 항목을 발견한 순간

스피커 통화 빌런. 원한 적 없는 친밀감 빌런. 손톱깎이 빌런. 콧노래 빌런은 발라드로 시작해서 트로트로 끝난다고 합니다.

어떤 분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사무실 빌런 도감에 실제로 나온 표현들입니다. 여기까지는 웃긴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분이 도감을 만들다가 이상한 걸 발견합니다.

도감을 만들던 사람이 자기 이름을 발견합니다

업무가 막혀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푸하아" 하고 내쉬었는데, 앞자리에 앉은 분이 돌아보면서 물었다고 합니다.

"무슨 일 있어요?"

그 순간 알게 된 거죠. 아뇨, 그냥 숨 쉰 건데요 — 라고 답하면서요. 자기도 도감에 들어간다는 것을요. 한숨 빌런으로요.

저는 이 반전이 웃고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자기 인식에 관한 꽤 정확한 구조가 들어 있거든요.

왜 내 소리는 나에게만 안 들릴까요

남의 소음은 귀로 들어옵니다. 내 소음은 내 귀로 잘 안 들어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내는 소리는 내 안에서 이미 예고된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쉬기 직전에 나는 답답한 상태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소리가 내 의식에서는 '사건'이 아닙니다. 옆자리 사람에게는 아무 맥락 없이 갑자기 들어오는 소리인데도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일수록 자기 감각에서 빠르게 지워집니다. 매일 하는 일은 의식이 관여하지 않고 처리되니까요. 그래서 가장 자주 하는 행동이 자기한테는 가장 안 보이고, 남에게는 가장 자주 보입니다.

심리학에는 이 영역을 가리키는 오래된 모델이 있습니다. 조셉 러프트와 해링턴 잉햄이 1955년에 만든 '조하리의 창'인데, 자기 인식을 네 칸으로 나눕니다. 나도 알고 남도 아는 영역, 나만 아는 영역, 둘 다 모르는 영역, 그리고 남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영역. 네 번째 칸이 지금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이 칸의 특징은 크기를 스스로 잴 수 없다는 겁니다.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니까요. 도감을 만들 만큼 남을 잘 관찰하던 사람도 자기 한숨은 몰랐습니다. 앞자리 분이 돌아봐 주기 전까지요.

내 항목엔 뭐라고 적힐까요

그래서 필요한 건 관찰력을 더 키우는 게 아니라 시점을 한 번 뒤집어 보는 것입니다.

"옆자리 사람이 빌런 도감을 만든다면, 내 항목엔 뭐라고 적힐까?"

이 질문의 좋은 점은 답이 어느 쪽으로 나와도 쓸모가 있다는 겁니다.

  • 뭔가 떠오르면 — 그건 이미 단서입니다. 짐작이 가는 게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 아무것도 안 떠오르면 — 그게 신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도감의 한 줄이 됩니다. 안 떠오른다는 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칸이 아직 안 열렸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저는 아마 한숨 빌런일 것 같습니다. 일이 막히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거든요.

자주 등장하는 항목과 확인하는 법

떠오르는 게 없을 때 참고하시라고, 자주 나오는 항목들을 정리했습니다. 왼쪽은 본인이 느끼는 방식이고, 가운데는 옆자리에 도착하는 방식입니다.

항목 본인은 이렇게 느낍니다 옆자리에는 이렇게 갑니다 확인하는 법
한숨 그냥 숨을 쉰 것 무슨 일 있나 신경이 쓰임 내가 답답할 때 누가 돌아본 적이 있는지
키보드·마우스 소리 원래 이 정도 세기 집중의 리듬이 끊김 옆자리가 이어폰을 끼는 타이밍
통화 목소리 평소 톤 내용까지 다 들림 통화 후 누군가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던 적
혼잣말 생각을 정리하는 중 말을 건 줄 알고 반응하게 됨 "네?" 하고 되묻는 사람이 있는지
다리 떨기 인지 자체가 없음 시야 끝이 계속 흔들림 회의 중 누군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지
향(향수·음식) 금방 익숙해짐 오래 남음 창문·환기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
회의 중 끼어들기 흐름을 맞춘 것 말이 잘렸다고 느낌 그 사람이 이후 발언을 줄이는지
즉시 답을 기다리는 메신저 급해서 하던 일을 끊게 만드는 압박 "지금 확인했습니다"가 자주 오는지
문·의자·서랍 소리 늘 하던 동작 놀람 내가 일어설 때 주변이 반응하는지
무표정·굳은 얼굴 집중하는 중 화났나 싶어 말을 못 붙임 질문이 나에게만 메신저로 오는지

오른쪽 칸이 이 표의 핵심입니다. 남에게 직접 물어보는 건 관계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우선은 이미 일어난 반응을 다시 읽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고, 우리가 그걸 신호로 안 읽고 있었을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알게 되면 다 고쳐야 하나요

아닙니다. 그리고 이게 이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원문의 마지막 문장이 이랬습니다.

"이제 적응돼서 이 소음들이 없으면 오히려 어색할 것 같아요. 사무실 백색소음입니다."

저는 이 문장이 제일 와닿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소리를 하나도 안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의 소음을 견뎌주는 만큼, 누군가 내 것도 견뎌주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목표는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자기 항목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 둘은 꽤 다릅니다.

  • 자기 항목을 모르면, 남의 항목만 계속 쌓입니다. 그러면 사무실은 빌런으로 가득한 곳이 됩니다.
  • 자기 항목을 알면, 중요한 순간에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옆자리가 마감으로 예민한 날 통화는 밖에서 하는 식으로요.

"소음은 그냥 매너 문제지 자기 인식까지 갈 일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소리에 한정하면 맞는 말입니다. 다만 같은 구조가 일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내가 회의에서 자주 하는 말버릇, 피드백할 때의 말투, 바쁠 때 나오는 반응. 전부 나한테는 안 보이고 남에게는 매번 보이는 항목들입니다. 소리는 그중에서 제일 확인하기 쉬운 입구일 뿐입니다.

정리하면

내 모습 중에 남에게 가장 크게 보이는 부분은, 나한테는 원래 잘 안 보입니다. 관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겨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가끔 시점을 뒤집어 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게 달라집니다. 옆자리 사람이 도감을 만든다면 내 항목엔 뭐라고 적힐까. 떠오르면 단서고, 안 떠오르면 그것도 신호입니다.

그리고 알게 되더라도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로 견뎌주고 있는 게 사무실이니까요.

남들이 보는 내 모습과 내가 아는 내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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