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만 모은 팀이 무너지는 이유 — 아폴로 신드롬이 알려주는 역할의 눈
제일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서 팀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직관적으로는 최강의 팀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한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최고들만 모으면 왜 꼴찌가 될까요?
영국의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은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사람들만 골라 한 팀을 만들고, 아폴로 팀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결과는 거의 꼴찌였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요.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원이 같은 역할을 하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들 분석하고, 다들 비판하고, 서로의 논리에서 빈틈만 찾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무도 결론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요. 기획안 하나 올라오면 "그건 리스크가 있지 않나요?" "검토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다 맞는 말인데, 회의가 끝나면 정해진 건 하나도 없는 그 회의 말입니다.
벨빈이 이 실험에서 끌어낸 결론은 하나입니다. 팀의 성과를 가르는 건 똑똑한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역할이 고르게 있느냐입니다. 아이디어를 여는 사람만 모여도, 검증하는 사람만 모여도 팀은 굴러가지 않습니다.
이 실험이 '나'를 보는 눈을 바꿉니다
아폴로 신드롬은 팀 운영 이야기로 소개되곤 하지만, 저는 이 실험의 진짜 쓸모가 나를 보는 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옆 팀 에이스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는 못 하는데" 하고 작아졌던 날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벨빈의 실험은 그 비교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시합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 에이스가 잘하는 역할과 내가 잘하는 역할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종목의 선수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세우는 것부터가 잘못된 비교입니다.
그래서 물어야 할 질문은 "쟤보다 잘하나"가 아니라 이쪽입니다.
"나는 어떤 역할일 때 제일 세지?"
크게 네 방향으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방향 | 이런 사람입니다 | 회의에서 자주 하는 말 |
|---|---|---|
| 여는 사람 | 아이디어와 다른 접근을 꺼낸다 | "완전히 다르게 해보면 어때요?" |
| 파는 사람 | 자료를 찾고 논리를 검증한다 |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는…" |
| 잇는 사람 | 사람 사이를 조율하고 연결한다 | "양쪽 얘기를 종합하면…" |
| 맺는 사람 | 실행하고 끝까지 마무리한다 | "이건 바로 시작하시죠" / "마지막으로 전부 점검할게요" |
네 칸 중 어디에서 내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보면, 내 역할의 결이 보입니다.
우리 팀의 빈 역할을 찾는 리트머스
내일 회의에서 한번 둘러보세요. 판정 질문은 두 개입니다.
- 다들 아이디어만 내고 있지 않은가? (여는 사람만 가득 — 맺는 역할이 비어 있음)
- 다들 검토만 하고 있지 않은가? (파는 사람만 가득 — 여는·맺는 역할이 비어 있음)
비어 있는 역할이 보인다면 그게 기회입니다. 아폴로 팀의 교훈을 뒤집으면, 빈 역할을 채우는 사람이 팀에서 가장 귀해진다는 뜻이 되니까요. 에이스와 같은 종목에서 2등을 하는 것보다, 비어 있는 종목의 1등이 되는 쪽이 팀에도 나에게도 이득입니다.
리더가 아니어도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습니다. 팀을 꾸리는 위치라면 채용과 배치에서 "뛰어난 사람 한 명 더"보다 "빈 역할을 채울 사람"을 보게 되고, 팀원이라면 내 기여 지점을 고르는 눈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균형은 잡아두겠습니다.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 실력 차이를 전부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역할 안에서도 숙련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이 글이 말하는 건 비교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비교의 잣대를 종목별로 나누자는 것입니다.
이 실험과 아홉 가지 역할의 자세한 지도는 제 책 「내 커리어엔 내가 없었다」 Part 1에서 다뤘습니다.
내가 네 방향 중 어디에서 제일 센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9WAY 강점 진단(무료, 10분)에서 아홉 가지 역할 단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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