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하루 종일 바빴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 — 지치는 건 일의 양 때문이 아닙니다

Daniel · · 조회 30
하루 종일 바빴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 — 지치는 건 일의 양 때문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했는데 퇴근할 때 "오늘 뭐 했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바빴는데 말할 게 없는 겁니다.

앞선 글들에서 다룬 네 가지는 모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리더가 방향을 주느냐, 내 판단을 쓰게 해주느냐, 팀이 내 자리를 확인해주느냐, 내가 한 일을 봐주느냐.

그런데 남이 아무리 잘해줘도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 이걸 유능감이라고 하고, 그중 첫 번째가 성취감입니다.

사람은 일이 많아서 지치는 걸까요?

아닙니다. 사람은 일을 많이 해서 지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성취한 게 없어서 힘이 빠집니다.

같은 야근이라도 무언가를 끝내고 하는 야근과 끝이 안 보이는 야근은 다음 날 아침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피곤하지만 마음이 가볍고, 후자는 자고 일어나도 회복이 안 됩니다.

그런데 많은 조직이 이걸 반복합니다. 매일 야근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일을 시킵니다. 그냥 조직과 팀의 뜻이니까 하라고 합니다. 그럼 일이 끝나고 나면 피로감만 몰려옵니다. 일을 할수록 지치는 겁니다.

성취감을 주는 일은 다릅니다. 끝내고 나면 만족감이 남고, 또 다른 목표로 나아가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의욕이 없어서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성취감이 없는 일만 주니까 의욕이 사라지는 겁니다. 이걸 구분해야 합니다. 사람이 기계와 다른 점이니까요.

태니지먼트가 국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몰입 조사에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에서 마음을 놓아버릴 확률이 9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섯 가지 몰입 요소 중 가장 크게 무너지는 지점입니다.

성취감이 있는 일과 없는 일은 뭐가 다른가요?

일의 크기나 난이도가 아닙니다. 끝이 정의되어 있는지가 다릅니다.

인수인계를 받은 분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진행 중"이라고 공유돼 있던 일이 알고 보니 시작도 안 돼 있었다고요. 어떤 건은 담당자끼리 말로만 하고 기록이 아예 없었습니다.

전임자를 탓하기 쉬운 장면인데, 저는 다른 게 보였습니다. 그 회사에는 "끝났다"는 말이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진행 중'이라는 칸 하나에 시작도 안 한 일과 거의 다 끝난 일이 같이 들어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열심히 한 사람도 자기가 무엇을 끝냈는지 말할 수 없습니다.

성취감이 없는 일 성취감이 있는 일
언제 끝났는지 아무도 모름 어떤 상태가 되면 끝인지 미리 정해져 있음
목표 자주 바뀜 바뀌면 왜 바뀌었는지 공유됨
결과 어디로 갔는지 모름 누가 어떻게 썼는지 돌아옴
피드백 문제 있을 때만 옴 끝났을 때도 한 마디 옴
기록 말로만 오감 남는 형태로 정리됨

오른쪽으로 옮기는 데 큰 제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장 하나면 시작됩니다.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것

일을 주고받을 때 이 문장을 먼저 만들어보세요.

"이건 무엇이 되면 끝난 겁니다."

  • 문서라면 — "숫자가 다 맞고, 오탈자가 없고, 표 제목이 통일되면 끝입니다."
  • 기획이라면 — "의사결정자가 이 안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면 끝입니다."
  • 개발이라면 — "이 세 가지 케이스가 통과하면 끝입니다."
  • 영업이라면 — "다음 미팅 일정이 잡히면 이번 건은 끝입니다."
  • 운영이라면 — "이번 주 오류 건수가 0이면 끝입니다."

이렇게 정해두면 받는 사람은 어디까지 할지 알고, 주는 사람은 세 번 볼 걸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긴 프로젝트라면 중간에도 하나 만들어두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 계속 바쁘기만 하다면, 이번 주에 무엇이 되면 끝난 걸로 볼 수 있는지 물어봐도 됩니다. 확인하는 질문이지 따지는 질문이 아닙니다.

리더라면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요?

제가 좋아하는 리더십의 정의가 하나 있습니다.

"리더는 팀원이 열심히 일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게 성취감의 본질이고, 팀원을 목표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성공할 수 없는 구조라면, 열심히 할수록 사람이 상합니다.

  • 목표가 바뀌면 바뀐 이유를 말해주세요. 이유 없이 바뀌는 경험이 쌓이면 사람은 목표를 진지하게 받지 않습니다.
  • 끝낸 일에 한 마디를 남겨주세요. 문제가 있을 때만 연락이 오면, 연락이 없는 게 안심이 아니라 공허가 됩니다.
  • 성과가 안 나는 구조라면 그것부터 손봐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동기부여를 이야기하면 사람은 더 지칩니다.

목표가 자꾸 바뀌고 끝낸 일에 아무 말이 없으면 그 누구도 몰입할 수 없습니다. 일을 안 해서도, 실력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열심히 한 일이 성취감 없이 돌아올 때, 뛰어난 직원도 무능하고 몰입 못 하는 직원이 됩니다.

마무리

그러니 이거 하나만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팀원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나는 어떤 일을 끝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가. 그리고 그 일에 시간을 더 쓰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바쁜 것과 해내는 것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다음 주가 달라집니다.

내가 어떤 일을 끝냈을 때 가장 힘이 나는지 궁금하시다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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