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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기 싫어진 게 의지 문제일까 — 몰입을 막는 여섯 가지

Daniel · · 조회 23
회사 다니기 싫어진 게 의지 문제일까 — 몰입을 막는 여섯 가지

주말에 시키지도 않은 출근을 하고, 연차를 써놓고도 불안해서 메일을 확인하는 선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어차피 월급 받고 다니는 건데 왜 저렇게까지 자기를 갈아 넣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정반대였습니다. 경찰이 목숨을 걸지 않고 소방관이 불을 끄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냐고, 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거라고요.

저는 두 이야기가 같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헌신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요. 그런데 자기 일에 몰입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있을 뿐입니다.

몰입이 안 되는 게 정말 개인 의지 문제일까요?

한 조직에서 직원 2만 명을 대상으로 몰입 진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 경영진이 나섰고, 1년 동안 제도를 만들고 캠페인을 하고 예산도 크게 썼습니다. 1년 뒤 결과는 더 나빠졌습니다.

제도는 늘었는데 사람들이 매일 겪는 장면이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만큼 했는데 왜 안 바뀌느냐"는 실망이 더해져 마음이 더 멀어졌습니다.

여기서 배운 게 있습니다. 몰입은 제도로 만들어지지 않고 매일의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리더가 팀원을 몰입하게 만드는 건 어렵지만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주 쉽습니다. 좋은 말을 백 번 해도 판단이 한 번 무시되면 그 한 번이 남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무엇이 몰입을 막고 있는가"입니다. 막는 것을 찾아 치우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몰입을 만드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사람이 일에 붙어 있으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 자율성 — 내가 하는 일에 스스로 동의하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상태
  • 관계성 — 이 팀에 내 의견이 반영되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상태
  • 유능감 — 일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남고,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

이 세 가지는 심리학에서 오래 연구된 기본 욕구이기도 합니다. 다만 조직 현장에서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너무 넓어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각각을 둘로 나눠 여섯 가지로 봅니다.

자산 요소 무엇을 보는가 비어 있을 때 나오는 말
자율성 의미 이 일이 어디에 쓰이는지 아는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율성 방식 정해진 경계 안에서 내 판단을 쓸 수 있는가 "어차피 다시 뒤집힐 텐데요"
관계성 소속 내 의견이 실제로 다뤄지는가 "제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아요"
관계성 인정 내가 무엇으로 기여했는지 보이는가 "여기서 제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유능감 성취 끝냈다는 증거가 남는가 "바쁜데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유능감 성장 나아졌다는 증거가 남는가 "몇 년째 제자리인 것 같아요"

오른쪽 칸을 먼저 읽어보셔도 됩니다. 최근에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어디에 있는지가 지금 비어 있는 칸입니다.

지금 내 기운이 꺼진 장면은 어디에 해당하나요?

막연히 "요즘 회사가 싫다"고 하면 고칠 데가 안 보입니다. 장면 하나를 붙잡으면 달라집니다.

최근 한 달 안에 기운이 가장 많이 꺼졌던 순간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회의가 끝난 직후일 수도 있고, 보고를 마친 다음 날 아침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 위 표에서 하나만 고릅니다.

  • 무엇을 위한 일인지 끝내 못 들었다면 → 의미
  • 결정해서 가져갔는데 매번 다시 뒤집혔다면 → 방식
  • 낸 의견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면 → 소속
  • 잘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뭘 잘했는지는 없었다면 → 인정
  • 하루 종일 처리했는데 끝난 게 하나도 없었다면 → 성취
  • 일은 늘었는데 작년과 하는 판단이 똑같다면 → 성장

이름이 붙으면 나를 다그치는 대신 바꿔볼 것을 하나 고를 수 있습니다. 여섯 개를 다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제일 비어 있는 하나만 봐도 충분합니다.

조건이 안 갖춰진 회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여섯 가지를 다 갖춘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조건이 갖춰지면 그때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비어 있는 칸을 말로 옮깁니다. "요즘 힘들어요"가 아니라 "이 일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면 우선순위를 제가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처럼 요청 가능한 문장으로 바꿉니다.
  • 한 번에 하나만 요청합니다. 여섯 개를 다 말하면 불평으로 들리고, 하나를 말하면 제안이 됩니다.
  • 요청이 계속 닿지 않으면 그것도 정보입니다. 이 조직에서 그 칸은 당분간 안 채워진다는 뜻이고, 그때는 다른 선택을 검토할 근거가 됩니다.

다만 괴롭힘, 불공정한 보상, 감당할 수 없는 인력 부족처럼 구조적인 문제까지 마음으로 이겨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여섯 가지로 견딜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절차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리더라면 어디부터 보면 될까요?

리더의 자리에 계시다면 순서를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의욕을 평가하기 전에 조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 "요즘 왜 이렇게 소극적이야?"라고 묻기 전에,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낸 의견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떠올려봅니다.
  • 1on1에서 만족도를 점수로 묻지 말고 여섯 가지 중 무엇이 막혔는지 함께 찾습니다.
  • 팀 단위로는 제도보다 절차를 봅니다. 회의에서 의견이 오가는 방식, 일이 끝났다고 판정되는 기준처럼 매일 반복되는 것이 사람을 만듭니다.

호칭을 바꾸고 수평적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는 몰입이 생기지 않습니다. 매일 겪는 장면이 바뀌어야 합니다.

마무리

몰입은 성향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지금 힘이 빠졌다면 열심히 살 마음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열심을 쓸 자리가 막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섯 가지 중 지금 내 자리에서 가장 비어 있는 하나를 찾아보세요. 그 하나에 이름이 붙는 순간부터 상황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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