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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했는데 또 힘든 진짜 이유 — 직업이 아니라 '동사'가 안 맞아서입니다

관리자 · · 조회 7
이직했는데 또 힘든 진짜 이유 — 직업이 아니라 '동사'가 안 맞아서입니다

직업을 한 번, 두 번, 세 번 바꿔봤는데도 또 어딘가 안 맞는다고 느끼고 계신가요? 분명히 하고 싶던 일을 찾아 옮겼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또 지치고 또 비슷하게 답답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에 닿게 되죠. "아직도 나한테 맞는 직업을 못 찾았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문제는 '직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예요. 직업을 또 바꿔도 또 힘든 진짜 이유는, 직업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일 안에서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나와 안 맞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방향을 왜 '나에게 맞는 동사(행동)'를 찾는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자리를 옮기지 않고도 지금 일을 다시 짜는 방법(이걸 학자들은 '잡크래프팅'이라고 부릅니다)을 지금 자리에서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직했는데 왜 또 힘들까요?

먼저 마음부터 좀 놓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옮긴 자리가 또 안 맞는 게 당신이 유난히 변덕스럽거나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생각보다 아주 흔한 일이거든요.

여러 이직 관련 조사를 보면, 직장을 옮긴 사람 상당수가 "옮긴 걸 후회한다" 또는 "기대했던 현실과 달랐다"고 답합니다. 한 예로 채용 플랫폼 Monster의 조사에서는 새 직장으로 옮긴 사람의 72%가 새 자리가 기대와 달랐다고 답했어요. 조사마다 숫자 폭은 크지만,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자리를 바꾼다고 만족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한국에서 일하는 우리 입장에서 더 와닿는 건 이겁니다. 직장을 옮겨도, 한두 해 지나면 또 떠날 자리를 보게 됩니다. 마음이 자리에 안 붙는 거죠.

더 눈여겨볼 건 '왜 떠나는가'입니다. 퇴사 사유 상위에는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몰입·문화 문제, 일과 삶의 균형, 성장 기회 부족 같은 것들이 올라옵니다. 즉 사람들은 "이 직업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일을 이런 식으로, 이런 환경에서 하는 게 힘들어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직업 이름표를 바꿔도 그 '하는 방식'이 그대로면, 새 자리에서도 같은 답답함이 다시 올라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가면 좋겠어요. 환경을 바꾼다고 내 안의 패턴까지 바뀌지는 않습니다. 번아웃의 뿌리가 일을 대하는 방식, 경계를 못 긋는 습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패턴에 있다면, 회사를 옮겨도 그 패턴은 따라옵니다. 그래서 봐야 할 건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내가 매일 무슨 행동을 반복하느냐예요.

그러면 진짜 봐야 할 건 뭔가요?

'직업(명사)'이 아니라 '동사(행동)'입니다.

직업이라는 건 사실 여러 행동을 한데 묶어 붙여놓은 '이름표'예요. '마케터'라는 이름표 안에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글을 쓰고, 사람을 설득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숫자를 보고하는 수십 개의 행동이 들어 있습니다.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우리는 직업을 고를 때 이 이름표만 보고 고릅니다. "나 마케터가 맞나, 개발자가 맞나" 하고요. 정작 그 안에 들어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와 맞는지는 안 따져보는 거죠.

여기서 '강점'이 어디에 붙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강점은 직업이라는 이름표에 붙는 게 아니라, 그 안의 '행동(동사)'에 붙어요. 강점 연구 기관 Gallup은 강점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특정 과업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성과를 꾸준히 내는 능력." 풀어 쓰면 강점은 '무슨 직업이냐'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할 때 잘하느냐'라는 거예요. Gallup의 설명을 빌리면, 타고난 재능(생각·감정·행동의 반복되는 패턴)에 연습과 경험을 투자해야 비로소 강점이 됩니다. 한마디로 강점은 '재능 × 투자'예요. 그리고 그 투자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매일 반복하는 행동, 즉 동사인 거죠.

그래서 같은 직업이라도 사람마다 결과가 갈립니다. 똑같은 마케터인데 어떤 사람은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꿰는 행동에서 살아나고, 어떤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설득하는 행동에서 살아나요. 직업은 똑같은데, 그 안에서 무슨 행동을 주로 반복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겐 천직이 되고 누군가에겐 매일 버티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나한테 맞는 직업"을 찾으려고 이름표를 갈아 끼우는 동안, 정작 봤어야 할 건 그 안의 동사였던 거예요.

직업은 안 바꾸고 지금 일을 천직으로 만들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희망 섞인 말이 아니라 연구로 뒷받침되는 이야기예요.

경영심리학에 '잡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일을 스스로 다시 짜서 의미를 바꾸는 걸 말해요. 2001년 Wrzesniewski와 Dutton이라는 두 학자가 정리한 개념인데, 핵심은 일을 떠나지 않고도 세 가지를 손볼 수 있다는 겁니다.

  • 하는 일을 바꾸기: 내가 살아나는 행동의 비중은 늘리고, 지치는 행동은 줄이거나 다르게 배치하기
  • 함께하는 관계를 바꾸기: 누구와 어떻게 일할지, 어떤 협업을 늘릴지 조정하기
  • 일을 보는 틀을 바꾸기: "나는 그냥 보고서 쓰는 사람"이 아니라 "팀의 판단을 돕는 사람"처럼 의미를 다시 정의하기

이 중 첫 번째, '하는 일(행동)을 바꾸기'가 바로 동사 비중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충분해요. 2017년에 나온 한 대규모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한데 모아 분석한 것)은 122개의 독립 표본을 종합해서, 잡크래프팅이 업무 몰입·직무 만족·성과·경력 만족과 뚜렷한 정적 관계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일을 다시 짜면 실제로 더 몰입하고 더 만족한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Gallup의 연구가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Gallup 조사를 보면, 자기 강점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직무에 몰입한다고 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고, 자기 삶의 질이 탁월하다고 답할 가능성도 더 높았습니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매일 할 기회가 있다고 강하게 동의하는 사람일수록 몰입도가 확연히 높았고요. 강점, 그러니까 나에게 맞는 동사를 매일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일의 체감이 이렇게 갈린다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맞는 동사를 가운데 못 두면 같은 일도 유난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럼 내 동사는 어떻게 찾나요?

거창한 검사보다, 지금 하는 일을 동사 단위로 쪼개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직업 이름표를 들여다보지 말고, 그 안에서 내가 매일 하는 행동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거예요.

먼저 동사 예시부터 보겠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있어요.

  • 꿰다 — 흩어진 정보·데이터를 하나로 엮어 그림을 만드는 행동
  • 설득하다 —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 같은 방향을 보게 하는 행동
  • 분석하다 — 복잡한 걸 뜯어 원인과 패턴을 찾는 행동
  • 연결하다 — 사람과 사람, 자원과 기회를 이어주는 행동
  • 정리하다 — 어수선한 걸 질서 있게 구조로 만드는 행동
  • 가르치다 — 어려운 걸 쉽게 풀어 남이 알게 하는 행동
  • 돌보다 — 사람·상황을 세심히 챙기고 보살피는 행동
  • 처음을 열다 — 없던 걸 0에서 시작해 만들어내는 행동
  • 조사하다 — 깊이 파고들어 모르던 걸 알아내는 행동

이제 이 동사들을 놓고, 내 하루를 비춰보는 거예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기준으로 보면 내 동사가 또렷해집니다.

  •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동은? — 할 때 몰입돼서 시계를 안 보게 되는 행동
  • 끝나고 나서 만족감이 남는 행동은? — 힘들어도 "이거 하길 잘했다" 싶은 행동
  • 남보다 유독 수월하게, 잘 해내는 행동은? — 애써 짜내지 않아도 결과가 괜찮게 나오는 행동

이 세 가지에 동시에 걸리는 행동, 그게 당신의 동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찾았다면 다음은 단순해요. 그 행동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겁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종일 엑셀 숫자만 들여다보던 분이 있었어요. 숫자 자체는 영 안 맞았는데, 회의 때 흩어진 의견을 한 장으로 정리해 오는 일은 늘 자기가 자청했습니다. 그래서 회의 정리 역할을 슬쩍 맡았더니, 같은 자리에서 일이 한결 살아나더래요. 직업을 바꾼 게 아니라, '정리하다'라는 동사의 비중을 늘렸을 뿐인데요. 이렇게 회의에서 정리하는 역할을 자청하든, 분석 결과를 한 줄 더 보태든, 내가 살아나는 동사를 하루에 한 숟갈씩 더 넣는 거죠. 그게 쌓이면 지금 하는 일이 천직으로 바뀌어 가고, 그렇게 그 동사를 자주 쓰다 보면 그 동사를 더 잘 쓸 수 있는 일로 옮겨갈 여지도 생깁니다. 자리부터 옮기는 게 아니라, 동사부터 가운데 두는 순서예요.

한 가지 함정만 짚고 갈게요. '동사 비중 늘리기'는 싫은 일만 골라 회피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연구를 봐도, 일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의 크래프팅은 몰입을 높이지만, 일을 깎아내고 피하는 방향의 크래프팅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맞는 동사를 '더하는' 쪽이지, 싫은 걸 '빼기만' 하는 쪽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정말 떠나야 할 때는 없나요?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분이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동사 비중 늘리기는 '최소한의 재량'이 있을 때 작동합니다. 연구에서도 자율성이 너무 낮거나 조직이 변화를 막으면 잡크래프팅의 효과가 약해지는 걸로 나와요. 그러니 다음 두 가지에 해당한다면, 이건 당신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신호로 읽으셔도 됩니다.

  • 재량이 0에 가까울 때 — 무슨 행동을 어떻게 할지 단 한 톨도 내가 정할 수 없는 구조라면, 거기선 동사를 재배치할 공간 자체가 없습니다.
  • 환경 자체가 독성일 때 — 학대적인 관리, 부당한 업무 지시처럼 구조적으로 사람을 갉아먹는 환경은 개인의 재설계로 다 막아지지 않아요. 연구에서도 크래프팅이 이런 해로움을 '완화'할 뿐 '제거'하진 못한다고 봅니다.

이럴 땐 자리를 옮기는 게 맞습니다. 다만 그때도 기준은 같아요. '어떤 직업으로 갈까'가 아니라 '내 동사를 더 자유롭게, 더 자주 쓸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를 보고 옮기는 겁니다. 동사를 기준에 두고 떠나면, 적어도 같은 답답함을 또 안고 가는 일은 줄어듭니다.

직업이 아니라, 내 동사를 가운데 두세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직업을 세 번 바꿔도 또 힘들었던 건, 이름표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동사를 가운데 못 두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그러니 다음 자리를 고르기 전에, 먼저 지금 자리에서 내 동사부터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위에 적은 세 질문 —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동, 끝나고 만족감이 남는 행동, 남보다 수월하게 잘하는 행동 — 이 셋이 겹치는 자리가 당신의 동사고, 거기서부터 비중을 늘려가면 됩니다.

저는 사람들이 '나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답 없는 질문을 붙들고 자리를 옮기고 또 옮기다 지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그때마다 안타까웠던 건, 정작 봐야 할 건 화려한 이름표가 아니라 매일 내 손이 하는 행동이었거든요. 남들이 다 좋다는 직업을 따라가는 사람보다, 자기에게 맞는 동사를 발견한 사람이 결국 더 만족하고 더 좋은 성과를 냅니다. 발견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요. 오늘 내 하루를 동사로 한번 쪼개 보는 것, 거기서부터입니다.

혹시 내가 어떤 동사에서 살아나는 사람인지, 내 강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고 싶다면 9WAY 강점 진단으로 내 강점의 지도를 한번 그려보세요. 이름표를 또 바꾸기 전에, 내 손이 가장 잘 쓰는 동사가 무엇인지부터 손에 쥐는 출발점이 될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이직했는데 또 힘듭니다. 제가 문제인 걸까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리를 옮긴 사람 상당수가 비슷하게 느껴요. 직업이라는 이름표를 바꿔도 그 안에서 매일 반복하는 행동, 즉 '동사'가 안 맞으면 새 자리에서도 같은 답답함이 다시 올라옵니다. 끈기나 변덕의 문제가 아니라 봐야 할 곳을 바꿀 때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Q.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게 왜 잘 안 될까요? 직업은 수십 개의 행동을 한데 묶은 이름표라서 그래요. 같은 마케터라도 데이터를 꿰는 사람과 사람을 설득하는 사람은 살아나는 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름표가 아니라 그 안의 행동(동사)이 맞는지를 봐야 답이 또렷해집니다.

Q. 잡크래프팅이 뭔가요?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일을 스스로 다시 짜는 걸 말합니다. 2001년 Wrzesniewski와 Dutton이 정리한 개념이고, 하는 일·함께하는 관계·일을 보는 틀 세 가지를 손볼 수 있어요. 자리를 안 옮기고도 일을 천직 쪽으로 바꿔가는 방법입니다.

Q. 자리를 안 옮기고 지금 일을 더 맞게 만들 수 있나요? 네. 내가 살아나는 행동의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회의 정리 역할을 자청하든 분석을 한 줄 더 보태든, 맞는 동사를 하루에 한 숟갈씩 더 넣는 거예요. 연구에서도 이런 방향의 재설계가 몰입과 만족을 높이는 걸로 나옵니다.

Q. 그래도 떠나는 게 맞는 때는 언제인가요? 무슨 행동을 어떻게 할지 내가 정할 재량이 거의 없거나, 환경 자체가 사람을 갉아먹는 구조일 때입니다. 이때는 의지 문제가 아니에요. 다만 옮길 때도 '어떤 직업'이 아니라 '내 동사를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고르는 게 핵심입니다.

Q. 내 동사는 어떻게 찾나요? 세 질문으로 하루를 비춰보세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동, 끝나고 만족감이 남는 행동, 남보다 수월하게 잘하는 행동. 이 셋이 겹치는 행동이 당신의 동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또렷하게 보고 싶다면 강점 진단으로 지도를 그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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