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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런 사람이야"가 나올 때 — 성향이라는 편한 설명

Daniel · · 조회 19
"원래 그런 사람이야"가 나올 때 — 성향이라는 편한 설명

밝던 막내가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팀 사람들은 그날까지도 그 막내가 혼밥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한 선배가 올린 글입니다. 처음엔 먼저 와서 이것저것 묻던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잘 웃지도 않고 조용히 일만 하더랍니다. 점심도 혼자 먹는 날이 많아졌는데, 팀에서는 이렇게 넘겼다고 합니다.

"요즘 애들은 혼밥 선호해서 그렇지."

석 달 뒤에 사직서가 나왔고, 나가면서 남긴 말이 이거였습니다. "일은 버텨도 사람은 못 버티겠다."

제일 무서운 건 사직서가 아니라 설명입니다

이 글에서 눈에 걸린 건 사직서가 아니라 혼밥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팀이 못 본 게 없다는 점을 보셔야 합니다. 다 봤습니다. 잘 웃지 않는 것도 봤고, 점심을 혼자 먹는 것도 봤고, 먼저 묻지 않게 된 것도 봤습니다. 관찰은 다 되어 있었습니다.

놓친 건 해석입니다. 본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에서 갈렸습니다.

그리고 이 설명이 왜 편한지가 핵심입니다. 사람이 달라진 이유를 성향에서 찾으면 확인할 게 없어집니다. 원래 그런 애니까요. 원래 그런 거면 물어볼 것도 없고, 바꿀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설명하는 쪽을 편하게 하는 설명입니다.

우리는 왜 남의 변화를 성향으로 읽을까요

이건 이 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원래 그렇게 봅니다.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는 1977년에 사람들이 남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의 영향은 작게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은 크게 본다는 걸 정리하면서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각을 한 동료를 보면 길이 막혔겠다는 생각보다 원래 시간 관념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일을 내가 했을 때는 반대로 설명합니다. 내가 지각하면 그날 지하철이 섰기 때문이고, 내가 말수가 줄면 요즘 일이 많아서입니다. 나에게는 상황이 보이고, 남에게는 성격이 보이는 겁니다. 내 사정은 내가 다 알고 있고 남의 사정은 안 보이니까요.

그러니까 우리 팀이 유독 무심해서 놓친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자동으로 그 설명이 먼저 옵니다. 그래서 이건 노력해서 잘하는 문제가 아니라, 알고 한 번 걸러내는 문제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변하는 건 대개 사람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웃던 사람이 조용해졌으면 웃을 수 없는 일이 쌓이고 있었던 겁니다. 먼저 묻던 사람이 안 묻게 됐으면, 물었을 때 돌아온 게 좋지 않았던 겁니다. 같이 먹던 사람이 혼자 먹게 됐으면, 그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해진 이유가 생긴 거고요.

위 글의 선배도 결국 그걸 알아차렸습니다. 돌아보니 챙겨준 게 커피 사주고 힘내라고 한마디 한 게 전부였다고 썼거든요. 잘 챙겨주지도 않았으면서 떠난다니까 미안하다고요.

편한 설명의 값은 이렇게 늦게 옵니다. 그때는 물어볼 사람이 이미 없습니다.

그래서 기억할 건 하나입니다

누가 달라진 이유가 성향으로 설명되고 있으면, 그건 설명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야",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성격이 좀 그래" 같은 말이 나오는 순간이 사실은 물어봐야 하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게 있습니다. 이건 성향 설명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맞을 수도 있죠. 다만 그 설명이 나온 자리에서 확인이 멈춘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성향 설명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그 설명이 나오면 한 번만 확인하고 넘어가자는 겁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성향으로 된 설명을 조건으로 된 질문으로 바꿔보면 됩니다.

성향으로 된 설명 조건으로 바꾼 질문
"원래 조용한 친구야" "언제부터 조용해졌지?"
"요즘 애들은 혼밥 좋아하잖아" "예전에는 같이 먹었었나?"
"의욕이 없는 스타일이야" "의욕 있었을 때는 뭐가 달랐지?"
"원래 질문 안 하는 성격이야" "질문했을 때 뭐라고 답해줬었지?"
"예민한 편이라 그래" "어떤 일 있고 나서 그러지?"
"책임감이 좀 부족해" "그 일은 누가 어떻게 맡기로 했었지?"

왼쪽은 대화가 끝나는 문장이고, 오른쪽은 대화가 시작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질문에 답이 안 나오면, 그게 바로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조용해진 동료에게 건네는 첫마디

물어보는 건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거창하면 취조처럼 들려서 상대가 닫습니다.

상황 건네는 첫마디
최근 눈에 띄게 조용해졌을 때 "요즘 좀 조용한 것 같아서. 무슨 일 있어?"
회의에서 의견을 안 내게 됐을 때 "예전엔 의견 많이 냈던 것 같은데, 요즘 얘기 꺼내기가 좀 그래?"
점심 자리에 안 나올 때 "요즘 점심 혼자 먹던데, 편해서 그런 거면 괜찮고. 아니면 얘기해줘."
질문을 안 하게 됐을 때 "요즘 나한테 물어보는 게 줄었더라. 내가 뭐 답답하게 답한 적 있었나?"
실수가 늘었을 때 "요즘 일이 좀 많지? 어디가 제일 버거운지 알려주면 좋겠어."
표정이 안 좋은데 물어보기 애매할 때 "지금 말고 나중에라도, 할 얘기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줘."
이미 사이가 서먹해졌을 때 "내가 요즘 잘 못 챙긴 것 같아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얘기 좀 하자."
후배가 아니라 동료일 때 "요즘 좀 힘들어 보여서. 내가 도울 게 있으면 말해줘."

문장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이유를 내가 먼저 짐작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지?"라고 물으면 상대는 그냥 네라고 답하고 끝냅니다. 둘, 안 말해도 되는 여지를 남깁니다. 편해서 그런 거면 괜찮다는 말이 붙어 있어야 상대가 거짓말을 안 해도 됩니다.

물어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물어보는 것보다 그다음이 어렵습니다.

말이 나왔는데 아무것도 안 바뀌면, 물어보기 전보다 더 나빠집니다.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게 확인되니까요. 그래서 물어보기 전에 이건 정하고 가셔야 합니다.

하나, 그 자리에서 해명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어렵게 꺼낸 말에 "그건 이런 사정이 있어서"가 바로 붙으면 대화가 거기서 끝납니다. 그날은 듣기만 하시면 됩니다.

둘, 다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못 바꾸는 게 훨씬 많습니다. 대신 "이건 내가 해볼게, 이건 내 선에서 안 될 것 같아"까지 정확히 말해주는 편이 낫습니다. 사람은 다 해결되지 않아도 정직한 대답에는 납득합니다.

셋, 하나만 실제로 바꿉니다. 작아도 됩니다. 회의 순서를 바꾸는 것, 그 일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정도라도 실제로 바뀌면 그다음부터 말이 나옵니다.

물론 전부를 이렇게 챙길 수는 없습니다. 팀원이 열 명인데 매번 붙잡고 묻는 건 서로 피곤한 일이고요. 그래서 기준을 성향 설명이 나오는 순간으로 두는 겁니다. 늘 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이 들릴 때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정말로 성향인 경우도 있습니다. 원래 혼자 먹는 게 편한 사람도 있고, 말수가 적은 게 그냥 그 사람인 경우도 있죠. 그래서 판단 기준을 성향 자체가 아니라 변화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원래 조용한 사람이 조용한 건 신호가 아니고, 안 그러던 사람이 조용해진 게 신호입니다.

내가 조용해진 쪽이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자기 얘기 같다고 느끼신 분도 있을 겁니다. 요즘 말수가 줄었고, 누군가 나를 원래 그런 사람으로 넘기고 있는 것 같은 쪽이요.

그때 서운한 건 오해받아서가 아닙니다. 아무도 안 물어봐서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물어보기를 기다리면 대개 늦습니다. 앞에서 봤듯이 아무것도 안 하면 성향 설명이 먼저 오니까요. 그래서 신호를 말로 바꾸는 쪽이 빠릅니다. 감정을 설명할 필요는 없고, 달라진 사실 하나와 원하는 것 하나만 말하면 됩니다.

"요즘 제가 말수가 좀 줄었는데, 성격이 그런 건 아니고 ○○ 이후로 그렇습니다. 이 부분만 한번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한 문장이 하는 일은 상대의 편한 설명을 미리 막는 겁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설명이 자리 잡기 전에, 내가 조건을 먼저 얘기해두는 거죠.

편한 설명은 늦게 값을 치릅니다

여러분 옆에도 요즘 조용해진 사람이 하나쯤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조용해졌을 때 누가 편한 설명으로 넘긴 적도 있을 거고요.

그러니까 이거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누가 달라진 이유가 성향으로 설명되고 있으면, 그건 설명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에 한 번만 물어보세요. 아무 일 없으면 없는 거고, 있으면 그날 처음으로 말할 자리가 생기는 거니까요.

사람마다 힘이 나는 조건이 다르고, 그 조건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모습도 다릅니다. 나와 팀원이 어떤 조건에서 일이 잘 되는 사람인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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