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10년 경력인데 이력서에 쓸 게 없다면 — 대부분의 성장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집니다

Daniel · · 조회 35
10년 경력인데 이력서에 쓸 게 없다면 — 대부분의 성장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집니다

17년 경력이 있는 분이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 3년의 시간이 아깝다. 17년의 경력을 가졌는데 신입도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있었다."

일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회사에 도움이 되려고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좀 해보려고 하면 "앞서나가지 말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여기서 무서운 건 3년이 지나서야 알았다는 점입니다.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걸 왜 늦게 알까요?

성장의 제일 무서운 점은 지나고 나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성장한 사람도, 성장하지 못한 사람도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압니다. 모두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니까요. 게다가 실패를 하지 않으면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익숙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하루는 유능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다 이직을 준비하거나 새 역할을 맡았을 때 갑자기 현타가 옵니다. "10년 경력인데 이력서에 쓸 게 없더라"는 말, 그게 이겁니다.

우리는 연차가 쌓이면 실력도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차는 시간이 쌓이는 것이지 성장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같은 판단을 5년 반복하면 연차는 5년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1년 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장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반복입니다.

회사는 왜 성장까지 챙겨주지 않나요?

회사가 나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회사는 원래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계속 시킵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니까요. 잘하는 걸 시키면 결과가 잘 나오는데 굳이 못 하는 걸 맡겨서 위험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은 느낄 수 있습니다. 잘하는 일이니 결과도 나오고 칭찬도 받습니다. 다만 그 뒤의 성장까지는 챙겨주지 않는 것이죠. 확장은 회사 입장에서 비용이고 리스크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성장은 의도적입니다. 리더가 의도하거나, 자기 자신이 의도하거나.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집니다. 저절로 크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성장을 설계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복잡한 계획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지금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

이 경험 안에 스킬도, 지식도, 포지션도 포함해서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질문은 스스로 던져도 유의미하고 리더가 던져줘도 유의미하다는 점입니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이 질문을 던지면 성장의 열차에 탈 수 있습니다.

경험을 고를 때 참고할 만한 축을 정리했습니다.

지금 상태 다음 경험
판단 범위 물어보고 진행함 내가 정하고 사후 공유함
문제 난이도 정해진 문제를 풂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참여함
관여 구간 실행만 함 기획이나 마무리까지 봄
이해관계자 팀 안에서만 일함 다른 부서·고객과 직접 조율함
결과 책임 결과를 전달함 결과에 대한 설명까지 맡음
전달 내가 처리함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게 정리함

이 중 하나만 옮겨도 그해는 반복이 아니게 됩니다. 여섯 개를 다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제일 위험한 건 어떤 상태인가요?

제일 최악은 그냥 바쁘게 달리는 것입니다. 아무런 의도 없이 바쁜 것, 올해 목표 숫자만 생각하며 달리는 것.

이렇게 달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곳에서 성장의 열차를 타고 온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내가 답답해서 성장의 열차가 있는 곳으로 옮기게 되겠죠. 어느 쪽이든 선택이 내 손을 떠난 상태에서 벌어집니다.

그래서 잠깐 멈춰서 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기에 한 번이라도요.

리더라면 무엇을 물어야 할까요?

팀원에게 새 일을 주기 전에, 지난번 일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정해봤는지 먼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일을 늘리는 건 쉽지만 판단을 넘기는 건 어렵습니다. 판단을 넘기면 틀릴 수 있고 그 책임은 리더가 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발은 빌려주고 머리는 안 빌려주게 됩니다. 악의가 아니라 구조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 판단에서 큽니다. 일을 하나 더 주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에서 판단 하나를 넘기는 쪽이 훨씬 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정기적으로 던져주세요. "지금 어떤 성장을 경험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해보고 싶으세요?" 이 질문을 받아본 사람과 받아보지 못한 사람의 3년은 완전히 다릅니다.

마무리

잠깐 멈춰서 물어봐주세요. 나는 지금 어떤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가. 그리고 옆에 있는 동료나 팀원에게도 물어봐주세요.

바쁜 건 회사가 만들어줍니다. 가만히 있어도 일은 옵니다. 그런데 크는 건 누군가 의도해야 옵니다. 그 의도가 리더에게서 오면 좋고, 안 오면 내가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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