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회사가 어렵다면서 야근 식대를 줄이고 복지 포인트를 없앴습니다. 그런데 그달에 대표 차가 바뀌었고, 임원 워크숍은 호텔에서 했습니다. 두 명이 나갔는데 사람은 안 뽑았고, 남은 사람들이 두 사람 몫을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대표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다 같이 조금만 더 고생하면 내년에는 반드시 좋아질 겁니다."

이 얘기를 쓴 분이 그랬습니다. 예전 같으면 힘내야지 했을 텐데 이제는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예전엔 회사 욕하는 사람들 보면 월급 받으면서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제 내가 그 입장이 됐다고요.

이 글은 그 상태를 두고 "내가 변한 걸까" 싶은 분들을 위해 씁니다.

마음이 식은 게 아니라 계산이 끝난 겁니다

먼저 이것부터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그분이 못돼진 게 아닙니다.

고생하자는 말은 위에서 하는데 고생은 아래만 하고 있으면, 누구든 마음이 식습니다. 이건 성격 문제도 아니고 애사심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본 걸 계산에 넣었기 때문에 식은 것입니다.

식대는 줄었고 차는 바뀌었습니다. 두 사실을 같이 본 순간 그 사람 안에서 계산이 하나 끝납니다. "이 회사가 어렵다는 말은, 나한테 어렵다는 뜻이구나." 그다음부터는 같은 말을 들어도 힘이 안 납니다.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판단이 선 겁니다.

말이 아니라 돈을 보는 이유

회사가 뭘 아끼는지는 발표에 안 나옵니다. 발표는 누구나 좋게 할 수 있으니까요. 대신 돈은 거짓말을 못 합니다.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늘렸는지는 이미 결정이 끝난 다음에야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상태를 볼 때는 말보다 돈이 정확합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렇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어디에 쓰든 티가 안 나지만, 줄여야 할 때는 무엇부터 줄이는지가 곧 우선순위이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복잡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면 이것 하나만 보시면 됩니다.

그 어려움을 지금 누가 견디고 있나.

다 같이 견디고 있으면 진짜 어려운 겁니다. 그때는 힘내도 됩니다. 회사가 살아나면 내 자리도 같이 살아나니까요.

한쪽만 견디고 있으면 어려운 게 아니라 아끼는 순서가 정해진 것입니다. 이때는 힘낼 게 아니라 내 다음을 준비하는 게 맞습니다.

신호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말로만 하면 애매하니, 실제로 보이는 것들을 나란히 정리했습니다. 왼쪽이 늘어나는데 오른쪽이 안 보이면 한쪽만 견디는 중입니다.

아래에서 줄어드는 것 위에서도 줄었나
야근 식대·교통비 축소 임원 업무추진비·법인차 등급
복지 포인트·교육비 폐지 임원 워크숍·행사 규모
퇴사자 자리 무충원 임원·관리직 자리
성과급 축소·동결 임원 성과급
연장근로 사전 승인제 도입 외부 자문료·용역비
"당분간 채용 중단" 공지 신규 사업·투자 발표

이 표는 회사를 심판하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왼쪽만 계속 늘어나는 중이라면 내년에도 같은 말을 듣게 될 확률이 높다는 걸 미리 알기 위한 것입니다.

다 같이 견디는 회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쪽만 견디는 회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진짜로 같이 견디는 회사도 있고, 그런 회사는 말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조금 더 있어봐도 됩니다.

  • 숫자를 먼저 보여줍니다. "어렵다"가 아니라 "매출이 몇 % 빠졌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를 말합니다.
  • 줄이는 순서를 밝힙니다. 무엇부터 줄이고 그다음 무엇을 줄일지, 어디까지 가면 인력을 건드리는지를 미리 말합니다.
  • 위가 먼저 줄어든 게 눈에 보입니다. 발표 전에 이미 임원 쪽이 줄어 있습니다.
  • 끝나는 조건을 말합니다. "언제까지"가 붙습니다. 기한 없는 고생은 고생이 아니라 기본값이 됩니다.
  • 묻는 자리를 만듭니다. 질문을 받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 다섯 개가 하나도 없이 "조금만 더 고생하자"만 반복된다면, 그건 상황 설명이 아니라 부탁입니다. 부탁은 들어줄 수도 있고 안 들어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로 나가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한쪽만 견디는 게 보였다고 다음 주에 사표를 쓸 일은 아닙니다. 대신 하는 일이 달라져야 합니다.

  •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지금 상태로 한 번 업데이트해 둡니다. 나갈 때 쓰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려고 씁니다.
  • 이번 분기에 내가 만든 결과를 숫자로 남겨 둡니다. 회사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게 기록입니다.
  • 밖에서 통하는 일을 한 가지는 붙잡습니다. 회사 안에서만 통하는 일만 하고 있으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 그리고 계속 봅니다. 다음 분기에 위쪽도 줄었으면 판단을 바꿔도 됩니다.

이렇게 해두면 회사가 좋아져도 손해가 없고, 나빠져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들어갈 회사를 고를 때도 같습니다

이 기준은 이직할 때도 그대로 씁니다. 면접에서 좋은 말을 안 하는 회사는 없으니, 말 말고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보시면 됩니다.

  • "최근에 없앤 제도가 있나요? 있다면 왜 없앴는지 궁금합니다."
  • "지난 1년 사이에 이 팀에서 나간 분 자리는 충원됐나요?"
  • "성과급이나 교육비 같은 게 실제로 집행된 게 언제인가요?"

세 질문 다 무례하지 않게 물을 수 있고, 답을 피하는 방식만 봐도 정보가 남습니다.

정리하면

  • 마음이 식은 게 아닙니다. 본 걸 계산에 넣은 것뿐입니다.
  • 회사가 뭘 아끼는지는 발표가 아니라 돈이 가는 방향에 나옵니다.
  •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그 어려움을 지금 누가 견디고 있나.
  • 다 같이 견디면 진짜 어려운 것이고, 한쪽만 견디면 아끼는 순서가 정해진 것입니다.
  • 바로 나갈 일은 아니지만, 하는 일은 달라져야 합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오래 버티고 어떤 사람은 먼저 지칩니다. 그 차이는 근성이 아니라 그 자리가 내 방식과 맞느냐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어떤 일에서 힘이 나는 사람인지는 9WAY 강점 진단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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