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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재미있는데 왜 내 삶엔 도움이 안 될까 — 16개 유형이 놓치는 것

관리자 · · 조회 106
MBTI는 재미있는데 왜 내 삶엔 도움이 안 될까 — 16개 유형이 놓치는 것
MBTI는 재미있는데 왜 내 삶엔 도움이 안 될까

들어가며

처음 만난 사람과 "MBTI 뭐예요?"로 대화를 트는 일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MBTI를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해봤을 거예요.

그런데 한 가지 솔직하게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MBTI 결과를 받았을 때 재미는 있지만, 그것이 내 일이나 커리어, 내 인생의 선택에 직접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적은 의외로 드뭅니다. "아, 나 INFP래" 하고 친구와 웃고 넘기는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흥미로운 건, 그러면서도 우리는 MBTI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왜 자꾸 다시 검사하고, 왜 자꾸 대화 소재로 꺼낼까요.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짚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16개 유형으로는 왜 내가 다 설명되지 않는지, 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는지까지 — 15년 동안 30만 명 넘는 분들의 강점을 진단하며 확인한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1. 우리가 MBTI를 자꾸 찾는 진짜 이유

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리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겁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 그 막연한 답답함. 그것을 풀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자꾸 검사로 이끕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알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친구가 좋은 소식을 전해와도, 누군가의 멋진 일상을 보게 되어도, 내 안에 또렷한 좌표가 있으면 덜 흔들립니다. 반대로 내가 누구인지가 흐릿하면 —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고, 그때마다 마음이 작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MBTI를 하고, 또 하고, 친구를 따라 다시 합니다. 16개 유형 어딘가에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확인받고 싶은 것이죠.

이 욕구 자체는 무척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입니다. 다만 그 답을 16개의 칸 안에서만 찾으려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2. 같은 사람이 다시 검사하면, 절반은 다른 유형이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시간을 두고 다시 검사하면, 약 절반은 이전과 다른 유형이 나옵니다. 내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오늘은 ENFP였다가 며칠 뒤에는 INFP가 나오고, 그날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또 바뀌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이것은 MBTI가 엉터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은 16개의 칸에 다 담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는 외향적이고, 어떤 자리에서는 조용해집니다. 어떤 일은 꼼꼼히 계획을 세워 하고, 어떤 일은 즉흥적으로 합니다. 일관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 사람은 16개 칸으로 압축하기에는 훨씬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사람을 몇 개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 가두는 '유형론'의 위험을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습니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순간,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나를 제대로 보려면 — 유형이 아니라 욕구를 본다

그렇다면 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요. 핵심은 나를 이루는 다양한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사실 MBTI가 다루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욕구의 일부입니다.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싶은 마음 — 이런 성향 역시 나를 이루는 수많은 욕구 가운데 일부일 뿐입니다.

문제는, 겨우 그 몇 가지 기준만으로 나를 다 설명하려 할 때 생깁니다. 나의 진짜 모습이 그 몇 개의 칸 안에 갇혀버리니까요.

내 안에는 훨씬 더 많은 욕구가 살아 움직입니다.

  • 신중하게, 근거를 따져가며 결정하고 싶은 마음
  •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움을 향해 가고 싶은 마음
  •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
  •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넓히고 싶은 마음
  • 이미 아는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
  • 체계적으로, 빈틈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 위험 요소를 미리 없애고 안전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

이렇게 나만의 고유한 욕구는 생각보다 훨씬 많고, 사람마다 그 우선순위와 조합이 전부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ENFP'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입니다.


4. 측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욕구 — 그것이 강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이 수많은 욕구 가운데에는, 실제로 측정할 수 있고 삶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나는 이런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서 살아나고 어디서 시들어가는지를 알려주는 욕구들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강점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여기서 강점은 '남보다 잘하는 능력'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자연스럽게 끌리고, 그 일을 할 때 오히려 에너지가 차오르는 영역을 가리킵니다.

이 강점을 알게 되면 삶의 몇 가지가 분명히 달라집니다.

먼저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무기력하다면, 그것은 내가 게을러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내 강점과 맞지 않는 자리에 있는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 자리가 거기가 아니었던 것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자신을 함부로 탓하지 않게 됩니다.

다음으로 비교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내가 어디서 빛나는 사람인지 알면, 비교의 기준이 친구나 SNS가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옵니다. 남과 다른 길을 가더라도 덜 흔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내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어디서 살아나는지를 알면, 남이 부러워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그 길에서만, 진짜 나다운 행복이 만들어집니다.

15년 동안 30만 명 넘는 분들의 강점을 진단하면서 확인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자기를 제대로 발견한 사람은, 인생이 흔들려도 자신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어디서 빛나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MBTI가 우리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깊은 마음을, 가장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건드려 주기 때문이죠.

다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무슨 유형인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나는 어디서 살아나고, 어디서 시들어가는가"라는 질문으로요.

내가 게을러서, 부족해서가 아니라 — 아직 내 자리를 못 찾았을 뿐일 수 있습니다. 나를 제대로 한번 들여다보는 것, 모든 변화는 거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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